출처 :   2010/09/05 13:18 http://job123.wo.tc/50095636454

미래의 관리자는 T자형 인재들이 차지할 것으로 예견
필자는 지난 호 특집기사를 통해 미국에서의 성과주의 보상이 그 효율성과 타당성의 측면에서 도전을 받고 있으며, 그러한 도전이 보다 근본적인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와 그로 인한 전략과 조직의 운영 원칙들의 변화에 기인하고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파레토 법칙이나 혹은 “한명의 천재가 수천명을 먹여살린다”는 엘리트 중심적 사고는 점차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조직의 핵심적인 경쟁우위는 특정 몇명의 개인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경쟁력은 조직 구성원 각 개인의 능력이 효과적으로 협력과 조화를 이뤄, 개인 능력의 단순합 이상의 어떤 것, 이전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들을 창출함으로서 확보될 수 있다.
또한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문제의 복잡성이 그 어느때 보다도 높아졌기 때문에, 한두사람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해결책이나, 지식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직의 성과를 각 개인차원의 기여로 환원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다. 이러한 변화는 페이스북(Facebook)이나 트위터(Twitter)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의 발달이라는 현상 속에서 단적으로 발견된다. 웹서비스의 사용자는 과거와 같이 전문가(SME)가 생성한 정보와 지식을 일방적으로 검색하고 흡수하는 수동적인 사용자가 아니다. 이들은 타인과의 연대에 적극적이며, 다른 사람의 지식과 자신의 지식을 통섭하면서 관계와 지식의 고리들을 생산해 내는 적극적인 사용자라 할 수 있겠다.
바야흐로 1.0의 시대에서 2.0시대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2.0의 시대에서는 지식의 공급자와 수용자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모호해 지고 모든 사람들이 생산자이며 소비자가 되며, 이와 같은 지식의 생산과 소비는 개별적이기 보다는 집단적이고 협력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환경의 변화와 조직의 운영원리가 변화함에 따라 조직에서 원하는 인재의 모습도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T자형 인재”라는 개념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UC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Berkeley)의 한센(Morten Hansen)교수에 의해 개념화 되었다. 한센교수는 T자형 인재야 말로 오늘날 조직에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형이며, 미래의 관리자 자리는 모두 이 T자형 인재들의 차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T자형 인재란 어떤 한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영역과 잘 융합되고 협력하며 통섭할 수 있는 인재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개론적인 수준의 지식을 습득한, 다시 말하면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T자형 인재와는 조금 다른 뉘앙스를 갖는다.
즉, 다른 분야의 지식을 아는 것 보다도, 그러한 지식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든지, 또 이렇게 습득한 각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창의성 및 조직 전반에서 이러한 지식의 공유와 협력이 일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구성원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쉽 능력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개인적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자신과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소위 “외로운 스타(lone star)”들은 현재와 미래에 조직에서 원하는 리더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T자형 인재의 기본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가적 지식
T자형 인재에 대한 강조는 브랜드마케팅 분야의 석학인 아커(David Aaker) 교수의 주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스패닝사일로(Spanning Silos)」를 통해, 그동안 대기업들이 운영해 왔던 제품별 혹은 지역별로 분권화된 마케팅 조직이 비효율 및 비용의 주범이라고 지적하면서, 보다 전략적이고 총체적인 브랜드 및 제품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독립채산제를 골간으로 지역이나 제품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사업부제 조직 형태는, 비용과 매출을 각 사업부에 귀속시킴으로서 정량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메리트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평가를 기초로 해 인센티브 지급, 구조조정, 퇴출 등의 당근과 채찍 등의 조직관리 수단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서 조직의 긴장감을 높이고 상호 경쟁을 유도해 계량적인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의 운영 방식은 사업부 이기주의를 심화시키고 회사전체가 공유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을 떨어뜨리는 해악을 낳는다. 아커는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이 심화됨으로서 전체 조직의 브랜드경쟁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경쟁과 협력 중 어느 쪽이 더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줄 것인가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위에서 언급했던 한센교수의 최근 저서 「협력 (Collaboration: how leaders avoid the traps, create unity, and reap big results)」이라는 책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에서는 부문간의 경쟁이라는 전략을 채택한 소니(Sony)와 이와는 반대로 부서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전략을 채택했던 애플(Apple)을 비교하고 있다. 2004년 소니는 애플의 히트상품 중 하나인 아이포드(i-Pod)와 유사한 제품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매출부진으로 그 제품을 사장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쟁에는 익숙하면서도 협력의 경험을 갖지 못했던 각 부문(silos)간의 의견의 차이가 제대로 조정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애플의 경우 출시초반 부진한 실적 속에서도 부문 간의 개선 의견이 지속적으로 토론되고 이렇게 토의된 개선 아이디어가 제품에 꾸준히 반영되면서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략의 이슈가 결국 조직 운영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조직은 각 부분과 기능들이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통합적으로 연결되어 외부의 자극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때에 조직으로서의 의의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의사결정 및 실행의 속도가 강조되면서 더욱 가속화 되어 온 분권화(decentralization)나 권한이양(empowerment), 유연성 및 효율성을 제고시켜 줄 것으로 믿어져 온 아웃소싱(oursourcing) 경향과 정반대 방향의 흐름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업무의 표준화나 조직의 서열, 계층화에 기반을 둔 과거의 관료주의(bureaucratic) 모델로의 회귀가 아닌 메트릭스 조직(matrix organization)과 같은 보다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지식과 역량을 가진 개인들의 창의적 결합을 촉진시키는 제3의 방향을 지향하는 변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개인차원의 창발성과 조직차원에서의 통합이라는 조직적 변화 트렌드에 가장 적합한 스타일의 인간형이 T자형 인재이다. T자형 인재의 기본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가적 지식이다. 여러 분야를 대충 아는 것 보다 한 가지라도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바로 그 분야에서 다른 누구도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창출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특정분야의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다른 분야와 소통, 협력할 수 있는 능력과 인성이 부족한 I형 인재는 개인기 보다는 협력이 더 중시되는 조직의 리더로서 적합하지 못하다.
T자형의 융합형 인간을 키워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
IT기업 선가드(SunGard)사의 CEO인 콘(Christobal Conde)은 오늘날 리더의 역할은 조직내의 모든 의사결정이 협력에 기반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협력을 기반으로 한 조직시스템은 지난 10년간의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에 대한 논의 등을 통해서 일찌기 강조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에 논의되었던 지식경영시스템은 단순히 각자가 아는 것을 특정 장소에 공유함으로서 이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이 지식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서, 분리되고 객체화 된 지식 및 인간에 대한 가정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래의 조직적 변화에서 요구되는 협업이라 함은 지식이 지식의 소유자와 분리되어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 소유자들 간의 협력이라는 매개를 통해 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보다 인간적이며 사회적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T자형 인재라는 개념 자체는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제대로 된 T자형 인재를 발견하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외골수인 경우가 많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며 자신의 지식과 전문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독불장군식 행동을 하는 경향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인 IDEO의 CEO 브라운(Tim Brown)은 직원을 채용할 때 지원자들의 이력서보다는 면접을 통해 T자형 인재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과거의 업무경험에 대한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에 가치를 두고 있으며, 얼마나 협력에 익숙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I형인재 보다 T형 인재를 뽑으려 할 때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원자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T자형 인재는 어떻게 개발될 수 있을까? 먼저 학교를 통한 정규교육 프로그램에서 부터 T자형의 융합형 인간을 키워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학부나 대학원 프로그램에서 학제간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교수와 학생간의 이동과 교류를 보다 활발히 촉진시킴으로서 자신의 전공분야 이외의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대학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조직 내에서 실시되는 교육훈련의 경우에도 강의실위주의 인지적인 방식보다는, 실제 상황 속에서 과업을 수행하는 액션러닝(action learning)방식이나 팀빌딩(team building), 그리고 보다 정서적인 측면 혹은 인간적 측면의 능력을 배양하는 소프트스킬 트레이닝(soft skill training) 방식의 교육훈련이 조직능력개발이나 리더십 훈련의 중심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아직도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학습의 전부라 믿고 있으며,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 점수화 되고 계량화된 스펙 쌓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우리 청년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조성준 _ 美 뉴욕 Utica College 경영학과 교수
* 출처 : 월간 인재경영 GLOBAL REPORT_ Trend 2010년 9월 첫째 주 소식 태그저장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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